AI는 빠른 완성품을 내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도록 이끄는 멘토로 써야 합니다. 망설이고 고치고 직접 손대는 그 느린 과정이 바로 창의력이 자라는 자리입니다. 마야 애커만 박사가 제시하는 “겸손한 창 동반자“로서의 AI를 만나보세요.
기획: 박범순(Adam Park), 글쓴이: 클로드(Claude)
겸손한 창 동반자로서의 AI 활용법
“인간한텐 있고 AI한텐 없는 게 하나 있었어요. ‘망설임’이었는데요. 어떤 말을 삼키거나 주저하거나 짐작하는 그 찰나 — 그 주저 안에 힘겹게 서 있는 배려나 품위가 있다고 생각해요.”김애란 작가, 손석희의 질문들, MBC
이 말을 들었을 때 뭔가 정확하게 찔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요즘 AI를 쓰면서 우리가 잃어가는 것이 바로 그 ‘망설임’이 아닐까 싶었거든요. 문장을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하던 5분, 보고서의 구조를 머릿속에서 조립하던 그 시간들. 이제는 프롬프트 한 줄로 대체됩니다. 빠르고 편리하죠. 그런데 그 시간이 사라지면서, 무언가도 같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마침 이 질문을 정면으로 파고든 책 한 권을 최근에 읽었습니다. AI 연구자이자 기업인인 마야 애커만(Maya Ackerman) 박사의 『Creative Machines: AI, Art & Us』입니다. 생성 AI의 역사와 현재를 탐색하며,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증폭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으로, 심리학, 신경과학, 저자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겸손한 창 동반자(Humble Creative Machine)’의 개념을 제시합니다.
AI 시대의 트롤리 문제: 달리는 전차를 멈추는 법특집 기사
AI 시대에도 트롤리 딜레마의 진짜 해법은 “누구를 희생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예방과 설계에 있습니다. 발전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예방하도록 설계하되, 최종 가치 판단과 책임은 언제나 인간의 몫입니다.
아Ƹ를 두고 떠난 소녀
이 책이 다른 AI 책들과 달랐던 이유는, 저자가 기술 이야기를 자신의 삶으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애커만 박사는 1980년대 말 소련 붕괴 직전, 유대인 가정으로 러시아를 탈출하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루블화가 해외에서 무용지물이 되자 할아버지는 급히 아Ƹ를 사서 들고 이스라엘로 향했습니다. 7살 소녀 마야에게 그 아Ƹ는 새로운 언어였습니다. 날마다 1시간씩, 3년 동안 10년 치 커리큘럼을 소화하면서 그녀는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는 경험, 깊은 감정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12살, 캐나다로 다시 이주할 때 아Ƹ를 두고 가야 했습니다.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녀는 이를 “창의성의 상실, 목소리를 잃음”이라고 묘사합니다. 수십 년 후에야 새 아Ƹ를 샀다고 고백하면서,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가 AI를 잘못 쓰면 창의성을 잃게 되는 것도 이와 같지 않을까?
그녀가 이 주제를 쓸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연구자여서가 아닙니다. WaveAI를 창업해 실제로 창 AI 도구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AI가 너무 많이 해줄 때 사용자가 창의성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실패를 통해 직접 배웠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 실수들에서 나온 통찰입니다.
빠른 AI가 놓치는 것
책은 창의성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빠르게 정답을 향해 수렴하는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와, 느리게 여러 방향을 탐색하는 ‘밵ӂ적 사고(divergent thinking).’ 진짜 새로운 것은 대부분 후자에서 나옵니다. 아Ƹ 즉흥연주처럼, 규칙을 깨고 무한히 탐색하는 그 느린 과정에서요.
문제는 우리가 지금 AI를 쓰는 방식이 수렴적 사고만 강화한다는 점입니다. ‘기획안 초안 써줘’, ‘이 메일 다듬어줘’처럼 완성품을 빠르게 받아내다 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를 생각할 기회 자체가 줄어듭니다. AI는 점점 유창해지는데 나는 점점 의존적이 되는 역설입니다.
“겸손한 창 동반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사용자를 위해 어떻게 나타나는지(태도와 인터랙션 설계)로 정의된다.”마야 애커만 박사, Creative Machines: AI, Art & Us
보이지 않는 것의 힘: AI 시대에 정말 중요한 것들특집 기사
우리는 보이는 것, 측정 가능한 것만 중요하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생존 편향,데이터 편향,측정 편향이 보여주듯, 신뢰, 윤리, 지혜, 맥락 등 AI 시대에 진짜 중요한 것은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겸손한 창 동반자의 조건
애커만 박사가 제안하는 ‘겸손한 창 동반자(Humble Creative Machine)’는 결과를 내어주는 기계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도록 유도하는 멘토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요다, 덤블도어, 간달프에 비유해 볼 수 있죠. 그들은 직접 싸우거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내가 스스로 해내도록 이끌 뿐이죠. 좋은 AI도 그래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스펙트럼이 AI의 능력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같은 AI도 어떻게 프롬프트를 건네느냐에 따라 요다가 되기도 하고, 그냥 자동완성 기계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써보세요
AI를 다르게 쓰는 것은 생각보다 작은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완성품을 요청하는 대신, 과정을 함께 밟는 방식입니다.
- “이 기획안 써줘” 대신 “내가 쓴 이 초안에서 논리 흐름이 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짚어줘”
- AI가 준 초안을 그대로 쓰지 말고, 반드시 한 문장 이상 직접 고쳐서 내 흔적 남기기
- “좋은 표현 알려줘” 대신 “내 표현이 왜 어색한지 이유를 설명해줘, 직접 고쳐주지는 말고”
- 아이디어가 막힐 때만 AI에게 묻고, 그 외엔 먼저 혼자 10분 써보기
- AI 결과물보다 내 질문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기 — 좋은 프롬프트 자체가 창의력 훈련
AI 시대의 창의적 문제 해결: 속도와 깊이의 조화특집 기사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빠른 생각’ 및 ‘느린 생각’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필수적입니다. 의 데이터 처리 능력과 인간의 호기심 및 창의성을 결합하여 가장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을 방안을 확인하세요.
AI를 덜 쓸수록 더 잘 쓸 수 있다
책에서 가장 역설적이면서 핵심적인 명제는 이것입니다. 좋은 창 AI는 시간이 지날수록 ‘덜 필요해지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 오늘보다 내일 내가 더 잘 쓰게 됐다면, AI를 제대로 쓴 것입니다. 반대로 AI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게 됐다면, 그건 도구에게 창의력을 빼앗긴 것입니다.
김애란 작가의 말처럼, 망설임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 망설이는 시간을 AI가 채워주도록 내버려 두지 마세요. 마야 애커만이 어린 시절 아Ƹ 앞에서 손가락을 올리고 잠시 멈추던 그 순간처럼 — 그 멈춤이 바로 창의성이 자라는 자리입니다.
오늘부터 한 가지만 바꿔보세요.
AI에게 완성품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거친 초안 하나를 직접 써보는 것. 투박해도 괜찮습니다. 그 투박함 속에 당신만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야말로 AI가 절대로 대신해줄 수 없는 것입니다.


